
우연히 김미경 대표의 인터뷰를 보다가 한 문장 앞에서 오래 멈췄습니다. AI는 단순한 기술의 발전을 넘어 문명의 전환일 수 있고, 그 변화는 결국 ‘나는 누구인가’를 다시 묻게 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처음에는 AI가 사람의 일을 얼마나 빠르게 대신할지, 어떤 직업이 달라질지에 관한 말로 들렸습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듣다 보니 핵심은 기술 자체보다, 익숙하게 해오던 일이 달라졌을 때 나는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에 가까웠습니다.
예전에는 글을 쓰고, 디자인하고, 자료를 분석하고, 기획안을 만드는 능력 자체가 전문성이었습니다. 지금은 AI의 도움을 받으면 이런 일의 초안을 훨씬 빠르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사람의 역할이 사라진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무엇을 만들지 정하고, 결과가 우리 상황에 맞는지 살펴보고, 서로 다른 사람과 도구를 연결하는 역할은 오히려 더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 김미경 대표가 이야기한 ‘실무자에서 오케스트레이터로의 변화’도 그런 의미로 들렸습니다. 모든 것을 혼자 잘하려 하기보다 필요한 일을 나누고 전체 방향을 살피는 사람으로 역할이 옮겨간다는 뜻입니다.
이 생각을 강릉마켓에 대입해 봤습니다. 강릉마켓이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어떤 방식이 가장 잘 맞을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더 큰 브랜딩을 위하여 각자의 영역을 모으는 길을 설계하고 그 터전을 만들며, 함께하는 사장님들의 경험과 이야기가 더 많은 손님에게 전달되도록 하는 일은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콘텐츠와 광고, 판매, 기술처럼 한 가게가 혼자 준비하기 어려운 일을 함께 고민하되, 강릉마켓이라는 이름보다 각 가게의 이름과 개성이 더 잘 보이는 방향을 찾아보려 합니다.
장사를 오래한 사장님들에게는 AI가 쉽게 만들어낼 수 없는 경험이 있습니다. 손님의 반응을 보고 메뉴를 바꾼 일, 거래처와 약속을 지키며 쌓은 신뢰, 잘됐던 행사와 기대만큼 되지 않았던 광고까지 모두 가게 안에 남아 있는 자산입니다. 저 역시 장사를 해왔지만, 몸으로 배운 것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는 일은 여전히 어렵습니다. 아마 다른 사장님들도 비슷할 것입니다. 좋은 상품과 경험이 있어도 그것을 글과 사진으로 정리해 손님에게 전달하는 일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강릉마켓은 그 사이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사장님의 이야기를 듣고, 필요한 부분을 콘텐츠와 브랜드 자산으로 정리하고, 가게와 손님이 만나는 길을 연결하는 일입니다. 생각처럼 잘되지 않을 수도 있고, 함께한다는 말이 실제 협업으로 이어지기까지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처음부터 큰 답을 정하기보다 한 가게의 이야기부터 제대로 전해보고, 그 과정에서 배운 것을 다음 일에 반영해보려 합니다. 강릉마켓은 그렇게 조금씩 자기 역할을 찾아가는 중입니다.


함께 더 큰 브랜드로, 강릉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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